이제는 처벌을 넘어 ‘지속적 개선’으로

  • 김성래
  • 품질관리기술사
  • (사)한국품질기술사회 교육위원회 부회장
  • 4차품질경영연구소 대표

중대재해처벌법 3년 이제는 처벌을 넘어 ‘지속적 개선’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3년이 된 지금, 산업안전의 수준과 향후 개선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마련되었다.

2025년 11월 18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고용노동부로부터 확보한 2022년~2024년 중대산업재해 발생 현황 자료를 공개했다. 공개된 데이터에는 원청·하청 기업명, 사고유형, 산업구분, 사망·부상 규모, 사고 발생 일시 등 산업재해의 실태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항목이 포함되어 있다.
이 자료 공개는 단순히 기업 실명 공개에 그치지 않는다. 공개 목적은 명확하다. 비난이 아니라 개선이다. 산업재해의 구조적 원인을 투명하게 드러냄으로써, 한국 산업안전이 어떤 단계에 있으며 앞으로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는 공공 데이터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이 시점에서 필요한 시각은 비판이나 책임 추궁이 아니라, ISO 45001이 강조하는 ‘지속적 개선(Continual Improvement)’의 관점이다. 법적 제도와 시스템적 운영을 어떻게 연결해 나갈 것인지가 앞으로 산업안전의 질을 결정한다.

‘투명성’이 아닌 ‘개선’을 위한 공개

이번 정보공개는 고용노동부가 공개를 거부해 오던 자료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정보공개 청구와 법적 대응 끝에 확보하여 2025년 11월 18일에 사회 전체가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 형태로 공개한 것이다.
공개가 이루어진 이유는 크게 네 가지로 정리되었다고 생각한다. 

첫째, 산업재해의 반복 구조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다. 추락·끼임무너짐 등 주요 사고 유형은 3년간 반복되었다. 이 패턴은 특정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구조적 위험의 신호다.

둘째, 정확한 위험 현황을 바탕으로 개선 우선순위를 설정하기 위해서다. 데이터가 없으면 무엇을 먼저 바꿔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공개된 자료는 위험성평가와 개선 활동의 기초가 된다.

셋째, 정책·기업·사회가 공통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통하기 위해서다. 안전은 사회 전체가 협력해야 하는 과제다.
공개된 자료는 산업안전 논의를 하나의 기준 위에 올려놓았다.

넷째, 안전관리체계를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다. 이는 ISO 45001 맥락과 일치한다. ISO 45001은 현황 평가를 지속적 개선의 첫 단계’로 본다. 정보공개는 그 첫 단계를 사회적 차원에서 실현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 공개는 기업을 압박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산업안전을 더 나은 수준으로 성숙시키기 위한 기반정비라고 개인적으로는 판단한다.

ISO 45001이 제시하는 방향

정보공개는 ISO 45001에서 말하는 ‘조직상황’의 이해로 볼 수 있다. ISO 45001은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의 시작을 “조직이 직면한 위험과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이해하는 것”으로 본다. 정보공개 자료는 바로 이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 모든 정보는 ISO 45001의 위험기반사고 예방(Risk-Based Approach)을 설계하는데 필수적이다. 기업이든 정부든, 개선을 위해서는 먼저 현실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자료 공개는 한국 산업안전의 현실을 드러낸 보고서이자, ISO 45001이 말하는 지속적 개선의 출발점이라고 하고 싶다.

중대재해처벌법과 ISO 45001은 서로 충돌하지 않는다. 오히려 연결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규정하는 법적 프레임이다. 반면 ISO 45001은 그 프레임 안에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에 대한 매우 구체적인 실행 기준을 제시한다.
ISO 45001에는 세 가지 핵심 축이  있다. 

하나, 위험 기반 사고 예방(Risk-Based Thinking)이다. 사고 발생 후 대응이 아니라, 사고를 미리 예측하고 위험을 줄이는 구조다.

둘, 근로자 참여(Worker Participation)이다. 근로자의 위험 제보, 아차사고 보고, 안전제안은 경영자 중심의 제도만으로는 확보할 수 없는 중요한 정보다.

셋, 지속적 개선(Continual Improvement)이다. ISO 45001의 본질은 PDCA 순환 구조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의무의 방향을 제시한다면, ISO 45001은 운영의 방법을 제시한다. 둘은 상호 보완적이다.
ISO 45001 기준에서 보면, 정보공개 자료는 단순 통계가 아니다. 그 데이터는 앞으로의 개선 방향을 분명히 알려준다.

우선, 위험성평가를 정교화할 수 있다. 자료에서 반복된 사고들은 대부분 예측 가능한 위험이라고 본다. 즉, 위험성평가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상당수는 예방이 가능했을 것으로 판단한다.
ISO 45001 기준으로 보면, 공정변경 시 재평가, 중대위험 제거 중심의 조치, 하청과의 공동 위험성평가 등이 강화되어야 한다.

또한 근로자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하청·임시근로자에서 사고가 많이 발생한 것은 근로자 참여가 충분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ISO 45001은 “근로자의 참여 없이는 안전문화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명시한다.

다음으로, 데이터 기반 예방체계를 갖출 수 있다. 공개 자료는 산업 전체의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한다. 기업은 이를 활용해 재해 다발 공정 분석, 사고패턴 분석, 산업별 대응 전략 수립이 가능해 진다. 이는 ISO 45001의 성과평가와 동일한 구조다.

정보공개는 처벌을 넘어 지속적 개선으로 나아가기 위한 산업안전의 출발점이다.
공개된 데이터는 위험성평가와 예방중심 안전관리의 근거가 된다.
제도 보완과 ISO 45001 실천이 이루어질 때 성숙한 안전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다.

데이터 기반 안전관리로의 전환점

2025년 11월 18일 정보공개센터가 공개한 증대산업재해 자료는 한국 산업안전의 새로운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이 자료의 공개 목적은 책임을 추궁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산업현장의 실태를 투명하게 드러내고 더 나은 안전으로 나아가기 위한 데이터 기반을 마련하는 데 있다. 

이러한 접근은 ISO 45001이 강조하는 철학과도 정확히 맞 닿아 있다. ISO 45001은 말한다. “안전은 완성이 아니라 과정이며, 그 과정은 언제나 더 나아질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3년을 맞은 지금, 우리는 제도의 초기 논쟁과 비판을 넘어 개선과 성숙 단계로 진입해야 한다.

정보공개는 그 변화를 촉진하는 첫 걸음이며, 산업안전 수준을 실제로 끌어올릴 수 있는 가장 신뢰할 만한 기반이 될 수 있다. 물론, 현재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처벌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다는 한계도 분명하다.

그러나 제도가 지속적으로 보완되고, ISO 45001이 요구하는 지속적 개선의 원리가 현장에서 꾸준히 실천된다면,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가 참여하는 더 발전된 안전문화가 자리 잡을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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