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락 품질기술사
- (사)한국품질기술사회 품질연구소 부회장
- 한국혁신성장연구원 대표
- 초일류 기업의 유전자 저자
예방의 중요성은 각종 회의와 교육, 문서 등을 통해 수없이 강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조직에서 예방이 끝내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현장에는 비슷한 문제가 반복된다.
예방 구조가 중요하지 않아서 실패하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왜 예방은 늘 구호에 머무를까? 그 해답은 조직이 예방에 대해 갖는 시간과 비용에 대한 오해,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경영 판단 구조의 한계에 있다.
예방은 단발성 개선이나 일회성 조치로 완성되지 않는다. 계획 → 실행 → 점검 → 조정이 반복되어야 하며, 조직의 일하는 방식 자체가 점진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는 반드시 ‘시간’이 필요하다.
예방 효과는 초기에는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수 있다. 예방은 물이 100°C에서 끓는 것과 같다. 99°C까지는 변화가 없어 보이지만, 눈에 띄지 않는 온도의 축적이 없다면 100°C에 결코 도달할 수 없다.
초기 예방 활동 단계에서는 점검과 기록, 회의와 조정이 늘어나며 오히려 현장의 부담이 커 보인다. 불량과 사고도 계속 발생해 성과가 제한적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이 시기에 예방 활동은 ‘현실과 맞지 않는 이상론’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예방이 실패한 것이 아니다. 효과가 드러나기 전, 필수적인 초기 축적 과정이 진행되고 있을 뿐이다.
예방은 빠른 성과를 위한 활동이 아니라,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조직 판단과 운영 구조를 견고하게 작동하는 체계로 전환하는 활동이다. 만약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단기 성과만을 평가 기준으로 삼으면 예방은 언제나 비효율적인 선택처럼 보인다.
정착되지 못한 구호
설비 도입은 초기 비용이 들어도 향후 품질과 생산성 향상으로 회수된다는 공감대가 있다. 그러나 예방체계나 시스템 구축에 대한 인식은 다른 경우가 많다. 개선 관련 인력 증원은 단기적으로 조정 가능한 비용으로 인식되며, 점검과 표준화 활동은 관리 부담으로 여겨진다.
예방은 ‘있으면 좋은 일’로 밀리고, 단기 성과가 먼저다. 초기 시스템 구축은 사람이 더 많이 투입되는 것처럼 보인다. 이 구간만 보면 비효율과 낭비로 비춰진다. 하지만 설비처럼 시간이 지나면 안정적 성과를 내는 자산이 된다.
시스템이 안정되면 사람의 개입은 줄고 판단과 대응은 시스템 구조가 담당한다. 최소 인력으로도 예방이 작동하는 상태가 된다. 문제는 많은 조직이 초기 비용 구간에서 투자를 중단한다는 점이다. [표 1] 그래프에서 표현한 ‘실망의 계곡’에 빠지면 나타나는 의사결정이다.
실망의 계곡(Valley of Disappointment)은 품질, 시스템, 예방 등의 구축에 투자했지만 가시적인 효과가 없어 조직이 실망하고 투자를 멈추는 ‘성과 공백 구간’을 뜻한다.
결국 시스템 역할을 사람이 대신하고, 사람의 경험과 책임감에 의존하는 반복 구조가 유지된다. 예방은 정착되지 못하고 구호로 남게 된다.
[표 1] 시간축의 역설 : 예방성과의 J-커브
PDCA 사이클 구축
조직마다 기술 수준과 비용 여력, 조직 성숙도가 다르기 때문에 예방체계의 출발점은 다를 수밖에 없다. 현재의 조직 역량에 적합하고 감당할 수 있는 예방체계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조직은 이 지점에서 실패한다.
예방의 필요성은 인식하지만, 예방체계의 수준[표 2]에 대한 고민 부족으로 자신의 역량과 상황에 비해 너무 높은, 또는 너무 낮은 수준을 선택한다.
예를 들어 볼트 조임 작업에서 공급 압력 부족으로 불량 발생 시 예방체계 수준별 구분에서 ▲레벨 I은 작업자가 체결 압력을 수동 점검 후 기록하게 된다. ▲레벨 II에서는 압력 미달 시 경고음 및 표시등으로 알림이 이뤄진다. ▲레벨 III의 경우 압력 기준 미달 시 장비가 자동으로 정지된다.
문제는 신뢰도가 높은 공정과 제품에 수준 낮은 예방 구조를 적용하는 것이다. 또한 고도화된 성과가 필요한 분야에 사람의 주의와 성실성에 의존하는 체계가 남아 있으면 예방은 반드시 실패한다.
많은 조직은 계획(Plan)과 실행(Do)까지만 수행하고, 점검(Check) 단계를 생략하거나 왜곡한다. 이러면 ‘PD’만 반복하는 구조가 되어 아무리 바빠도 성과는 축적되지 않는다. 점검은 단순히 실행 여부 확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설계(계획)된 예방체계가 실제로 성과를 내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리고 계획한 실행 항목이 문제를 구조적으로 차단하는지 검증하고, 계획 내용의 미비점과 한계까지 살피는 중요한 과정이다. 점검이 사라진 순간, 조직은 계획과 실행을 반복할 뿐 성과를 만들지 못한다.
예방체계를 구축한다는 것은 PDCA 사이클이 제대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깊이 있는 점검 활동이다. 조치(Action)의 경우 단순히 행동이 아니라,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개선을 실행하고 다음 사이클로 연결하는 것이 필요한 단계이다.
개선은 현재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길에 비유하면 목표는 오르막의 최고점이며, 어렵게 오른 상태도 방치하면 다시 미끄러져 내려간다.
[표 2] 예방체계 수준(Level)별 구분
업무 프로세스 고임목
때문에 개선 후에는 강화(Consolidation)를 포함한 표준화를 거쳐 진행해야 지속적 성장이 가능한 선순환 구조로 업무 품질 ‘사이클’이 향상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표준화를 통해 상태를 고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 원리는 내리막에서 차량이 움직이지 않도록 바퀴에 받치는 고임목(초크)과 같다. 업무 프로세스에서의 고임목은 ‘표준화’다.
그런데 올바른 표준화는 단순한 문서 작성이 아니다. 교육·점검·관찰을 통해 사람을 포함한 생산요소가 지속적으로 표준을 따르게 만드는 ‘강화’까지 아우르고 있다. 여기서 강화란 표준을 ‘지켜야 되는 것’에서 ‘지킬 수밖에 없는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강화를 포함한 표준화가 이뤄지면, 예방체계는 현장에 뿌리내린 시스템이 된다. 이를 통해 담당자가 바뀌거나, 환경이 바쁘거나, 조건이 바뀌어도 체계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반대로 강화가 빠지면 어렵게 만든 예방체계도 다시 사람 경험과 주의에 의존하게 된다.
예방이 실패하는 이유는 중요성에 대한 인식의 문제가 아니라, 경영 판단과 조직 운영 구조의 한계에 있다. 단기적 성과로만 평가하지 말고,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여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PDCA 철학을 조직 전체에 뿌리내려야 한다. 그때 비로소 예방은 구호가 아닌, 현장에서 실제 작동하는 ‘살아있는 체계’가 된다.
사단법인 한국품질기술사회 Quality Professional Engineers Society of Korea